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생활 알고리즘 다이어트: 나를 위한 추천 시스템 관리법

by 하로하로하 2025. 11. 16.

알고리즘 다이어트는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저 나의 디지털 선택권을 조금씩 되찾는 생활 기술이자,
내 취향을 스스로 설계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알고리즘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길을 잃고 있는가

생활 알고리즘 관리법: 나를 위한 추천 시스템 다이어트
생활 알고리즘 관리법: 나를 위한 추천 시스템 다이어트

 

요즘 우리는 어떤 콘텐츠를 소비할지 고민하기보다,
플랫폼이 던져주는 추천 목록을 따라가는 데 더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다.
유튜브는 다음 영상을 예측해서 띄워주고, 넷플릭스는 비슷한 취향의 영화를 큐레이션 하고, 인스타그램은 알고리즘이 골라준 릴스를 끝없이 재생한다.

처음엔 편했다.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저절로 나오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자 피로가 찾아왔다.
원하지 않는 주제가 계속 추천에 끼어들고, 어느 순간 내 관심사가 알고리즘에 의해 왜곡되는 경험이 반복됐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아,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선택당하고’ 있었구나.”

사람들은 이 현상을 ‘알고리즘 취향 잠식’이라고 부른다.
취향은 원래 시간이 쌓이며 형성되는 퇴적물 같은 것인데, 요즘은 플랫폼이 정한 흐름에 휩쓸려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도 흐릿해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시작한 것이 바로 ‘알고리즘 다이어트’,
즉 내 디지털 취향을 되찾기 위한 관리 실험이었다.
다이어트라고 해서 극단적으로 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추천 흐름을 내가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일종의 생활 관리법이다.

 

나만의 알고리즘 다이어트 실험: 피드 디톡스부터 취향 재정비까지

①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 피드 “디톡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간단했다.
‘싫어요’ 버튼과 ‘관심 없음’ 버튼을 적극적으로 누르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기능을 거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알고리즘 조정에서 가장 확실한 액션은 바로 이것이었다.

  • 2주 동안 싫어요/관심 없음 누르기 규칙
  • 보고 싶지 않은 영역은 바로 제거
  • 비슷한 콘텐츠가 반복되는 채널은 정리
  • 자동 재생 OFF

이 짧은 기간 동안 피드가 놀라울 만큼 정제됐다.
초기에 막 섞여 있던 정치적 이슈, 과한 자극성 콘텐츠들이 줄어들면서
내가 원래 찾고 싶어 했던 다큐, 디자인, 심리학, 브이로그 등이 다시 떠올랐다.

여기까지만 해도 효율은 훨씬 좋아졌다.

 

② ‘중립 검색’을 통한 취향 리셋

다음으로 시도한 것은 검색을 의식적으로 분리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검색할 때 로그인된 유튜브나 인스타가 아닌

  • 시크릿 모드
  • 다른 계정
  • 혹은 별도의 웹브라우저

를 사용해 플랫폼이 나에 대해 축적한 프로필과 무관하게 검색했다.

이걸 ‘중립 검색’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번거롭지만, 이 한 가지 습관만으로도 내가 ‘순수한 호기심’으로 찾은 정보와, 플랫폼이 ‘내 것이어야 한다고 판단한 정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느낀 점은 간단하다.
“내가 검색하는 주제가 바뀌면, 알고리즘도 바로 바뀐다. 그렇다면 내가 바꾸는 것이 먼저다.”

 

③ 나만의 취향 ‘화이트리스트’ 만들기

알고리즘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내가 직접 취향의 기준을 재정의하는 것이었다.

나는 문서 앱(Notion)에 다음 리스트를 만들었다.

  • 내가 꾸준히 보고 싶은 주제
    (예: 미니멀리즘, 건강 루틴, 데이터 라이프로그, 여행 브이로그, 에세이)
  • 나에게 도움을 주는 채널·크리에이터
  • 일시적으로 빠졌지만 유지하고 싶지 않은 취향
  • 확실히 줄이고 싶은 취향

이걸 만들고 나니 놀랍게도 불필요한 피드 소비가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우선순위를 거부하고,
오히려 ‘내 취향 리스트’가 알고리즘을 역으로 교정하는 기준이 되기 시작했다.

 

④ 추천 시스템을 ‘유리창처럼’ 바라보기

나는 이제 알고리즘을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하나의 필터’로 본다.
비유하자면 ‘조금 더럽거나 조금 푸른빛이 도는 창문 같은 것’이다.

이 관점을 갖고 나니 추천 시스템에 과도하게 휘둘리지 않고
“아, 최근에 이런 영상을 많이 봐서 이렇게 나오는구나”
“지금 이건 내가 본 계정 때문이야”
라고 피드의 흐름을 해석할 수 있게 됐다.

이 작은 관점 변화는
알고리즘 = 나의 취향
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내가 선택하는 피드로 돌아가기: 알고리즘 관리 실천 가이드

마지막으로, 실제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생활 알고리즘 관리 가이드를 정리해 본다.
앞서 말한 실험을 일상화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① 내 피드에 무슨 콘텐츠가 들어오는지 관찰하기

1주일만 관찰해 보면 ‘패턴’이 보인다.

  • 어떤 주제가 과도하게 반복되는지
  • 어디서부터 추천이 꼬였는지
  • 특정 창작자가 과다 추천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기록해 놓으면 다음 조정 기준이 명확해진다.

 

② 적극적인 커스텀 액션 취하기

  • 관심 없음
  • 숨기기
  • 싫어요
  • 채널/계정 언팔
  • 자동 재생 OFF
  • 추천 영상 줄이기(유튜브 설정)
  • 피드 시간제한 켜기

이건 단순한 클릭 이상의 의미가 있다.
모든 페이스북·인스타·유튜브 알고리즘은 이 신호를 즉각 반영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③ ‘취향 중심’ 플랫폼을 일부러 섞어 쓰기

알고리즘이 강한 플랫폼만 쓰면 소비 편향이 생긴다.
반대로 다음 같은 공간들은 ‘취향 자립’에 도움이 된다.

  • Pinterest: 검색 기반, 알고리즘 영향 적음
  • RSS 리더: 내가 구독을 직접 관리
  • 블로그 탐색: 주제 기반, 추천 영향 낮음

이걸 섞어 쓰면 정보 균형이 잡힌다.

 

④ 3개월 주기로 취향 정비하기

나는 분기별로 다음을 리셋한다.

  • 구독 채널 점검
  • 추천 기록 삭제
  • 좋아요·저장 목록 정리
  • 검색 기록 삭제
  • 인스타 탐색탭 리셋

이건 마치 옷장을 정리하는 것과 같다.
한 번 정리해 놓으면 몇 달 동안 피드가 한결 가벼워진다.

 

⑤ “지금 이 콘텐츠는 내가 원한 것인가?” 질문하기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소비의 질이 달라진다.
내가 원하는 방향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의 흐름에 떠밀린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

 

취향의 ‘자립’을 되찾는 기술

알고리즘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추천 시스템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알고리즘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좌지우지하게 두지 않는 것이다.

취향은 내가 쌓아온 일상의 흔적이자 정체성인데,
이를 플랫폼에게 맡겨버리는 건 결국 나의 선택권을 줄이는 일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실험하면서
‘추천 시스템에 휘둘리는 사용자’가 아니라
‘알고리즘을 조절할 줄 아는 사용자’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