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가 ‘루틴을 만들었다가 실패한 경험’과, 그 실패를 어떻게 AI 기반의 반자동화로 극복하게 되었는지 공유합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결정을 내리며 살아간다. 아침에 어떤 일을 먼저 할지, 오늘 운동을 갈지, 무엇을 먹을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등… 크고 작은 선택들이 머릿속을 끊임없이 두드린다. 하지만 이런 반복적인 선택과 정보 처리에 지치기 시작하면 하루가 늘 무겁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반(半) 자동화된 하루’다. AI가 모든 걸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루틴의 초반 작업을 맡아 인간이 해야 할 일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방식이다.
나는 1년 전부터 이런 룰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아침 일정 요약·건강 데이터 기반 운동 추천·감정 회고 자동 생성·집안일 체크리스트 자동 스케줄링까지 대부분의 하루 운영을 AI와 함께 하고 있다.

1. 반복 루틴은 왜 실패하는가? — 인간과 AI 사이에서 찾은 균형
루틴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내가 매번 실패했던 루틴은 다음과 같았다.
- 아침 10분 스트레칭 루틴 — 3일만 지나면 잊어버림
- 매일 감정 기록 — 빈 페이지를 보는 순간 귀찮아짐
- 비용 기록 — 일주일쯤 되면 영수증이 쌓여 포기
- 주간 계획 세우기 — 귀찮아서 월요일이 지나버림
문제는 나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었다. 1년 동안 데이터와 기록을 분석하면서 깨달은 건, “루틴의 초반 구동력을 내가 모두 감당하려 했던 것”이었다.
예를 들어 감정 기록을 하려고 해도 감정 단어를 찾는 것부터, 그 감정을 설명하는 문장을 생각하는 과정이 이미 피로했다. 비용 기록 역시 영수증을 사진 찍고 항목을 나누고 분류하는 일을 매번 새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루틴 자체를 무거운 일로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AI는 루틴을 ‘대신 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루틴의 문을 열어주는 존재’여야 한다.”
즉, AI가 먼저 정리를 해주고, 나는 그 위에 최소한의 선택만 더하는 방식. 이게 바로 내가 말하는 반(半) 자동화된 하루다.
2. AI 기반 반자동화 루틴 설계하기 —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아래는 내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반자동화 루틴들이다. 모두 ChatGPT, iOS 단축어, Notion, Apple 건강 데이터, Google 캘린더 정도면 누구나 구축할 수 있는 수준이다.
2-1. 아침 일정 자동 요약 루틴
아침에 눈을 뜨면 대개 머릿속에 제일 먼저 올라오는 것이 정보다.
- 오늘 일정 뭐 있었지?
- 회의가 몇 개였지?
- 우선순위는 뭐지?
이 작은 정보들이 하루의 출발을 방해한다는 걸 깨달은 후, 다음과 같은 자동화 루틴을 만들었다.
[자동화 흐름]
- iOS 단축어가 Google 캘린더 일정 호출
- 오늘 일정과 전날 미완료 할 일을 ChatGPT로 전달
- ChatGPT가 3줄로 요약 + 우선순위 3개 선정
- 이 결과를 알림으로 푸시
이렇게 하면, 나는 아침에 일정 전체를 보지 않아도 된다. “오늘 가장 중요한 세 가지”만 보면 된다. 이 효과는 아주 강력하다. 아침의 의사결정 피로를 크게 줄여 준다.
2-2. 건강 데이터 기반 식단·운동 자동 추천
운동 루틴도 매번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매일 ‘어떤 운동을 할지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 같은 시스템을 만들었다.
[자동화 흐름]
- Apple 건강 앱에서 전날 수면 시간·심박수·활동량 수집
- ChatGPT로 자동 전달
- 그날의 추천 운동 강도 제안
- 저강도/중강도/고강도 운동 리스트 자동 생성
예를 들어 전날 수면이 부족하면 AI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심박수 대비 피로도가 높습니다. 20분 걷기 + 10분 스트레칭 루틴을 추천합니다.”
반대로 몸 상태가 좋은 날엔,
“컨디션이 좋습니다! 30분 근력 운동과 10분 플랭크·스쿼트 루틴을 추천합니다.”
나는 그저 이 제안을 보고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이 ‘선택 부담 제거’ 덕분에 운동 루틴이 드디어 지속되기 시작했다.
2-3. 감정 로그 기반 하루 회고 자동 생성
감정을 기록하는 루틴은 가장 많이 실패했던 부분이다. 빈 칸에 글을 쓰는 건 늘 어렵다. 그래서 반자동화 방식을 적용했다.
[자동화 흐름]
- 하루 동안의 메시지 기록·활동 시간·일정 정보 활용
- ChatGPT가 분위기(positive/neutral/negative) 추정
- 3줄짜리 ‘감정 요약 텍스트’ 자동 생성
- 나는 그 위에 한 줄만 덧붙여서 Notion에 저장
이렇게 하면 감정을 기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분 → 1분으로 줄었다. 특히 AI가 요약해준 기본 감정 구조 위에 내 생각을 살짝 얹는 방식은 기록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2-4. 집안일 체크리스트 자동 스케줄링
주말마다 하려고 했던 집안일도 매번 미뤄졌다. 그래서 자동 스케줄링을 이렇게 구성했다.
[자동화 흐름]
-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단축어 자동 실행
- 청소·세탁·정리 목록을 ChatGPT로 전달
- 이번 주의 일정·기상 상태를 고려해 우선순위 재배치
- “이번 주 반드시 해야 할 집안일 TOP 3”를 메시지로 수신
이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이냐면, 주말이 되기 전에 이미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결정이 끝나 있기 때문에 나는 행동만 하면 된다.
3. 반자동화된 하루가 가져온 변화 — 뇌 피로 감소와 루틴 지속성 향상
AI 기반 반자동화 루틴을 1년 운영해본 결론은 명확하다.
3-1. 뇌 피로가 현저히 줄어든다
가장 큰 변화는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의 감소였다. 특히 아침 시간대가 극적으로 달라졌다.
예전에는 일정 전체를 열어보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운동할지 말지 고민하고, 그날 무엇을 먹을지도 고민했다.
지금은 AI가 정리한 세 가지 정보만 보면 된다.
- 오늘의 세 가지 핵심 일정
- 오늘의 운동 강도
- 오늘의 감정 상태 예측
머리가 가벼워지는 경험이 이렇게까지 강렬할 줄 몰랐다.
3-2. 루틴이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루틴은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지만, 꾸준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AI가 대신 부담해 준다는 점이 크다.
특히 운동, 감정 기록, 집안일 같은 내가 늘 실패하던 영역에서 반자동화의 효과가 가장 컸다.
3-3. 과한 자동화를 피하기 위한 나만의 기준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기준이 하나 있다. 나는 “모든 걸 자동화하겠다”는 자세를 버렸다.
자동화는 어디까지나 시작점을 가볍게 만드는 기능이어야 한다. AI가 ‘결론’을 내리도록 두기보다는 ‘출발점’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방향이 루틴 지속과 가장 잘 맞았다.
내 기준은 이렇다.
- AI가 대신 결정하는 정도: 40%
- 내가 선택하고 행동하는 정도: 60%
이 비율이 무너지는 순간, 자동화는 삶을 가볍게 하지 못한다.
3-4. 지금 반자동화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주는 3가지 조언
- 모든 자동화는 “시작 단계”만 맡기면 충분하다. — 완전 자동화는 피로를 만든다.
- 일상에서 자주 실패했던 루틴을 중심으로 자동화하라. — 가장 효과가 크다.
- 도구는 많지 않아도 된다. — ChatGPT + Apple 건강 + iOS 단축어 + Notion 정도면 충분.
반(半) 자동화된 하루는 삶을 AI에게 맡기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AI가 반복적인 작업의 초반을 대신 처리함으로써 우리가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식이다.
아침의 일정 요약, 몸 상태 기반 운동 추천, 감정 회고 자동 생성, 집안일 스케줄링 같은 작은 자동화들이 모이면 하루는 매우 부드럽고 안정적인 흐름을 갖게 된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루틴이 ‘의지’가 아니라 ‘구조’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반자동화된 하루는 이 구조를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