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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줄이기 30일 챌린지 기록

by 하로하로하 2025. 11. 19.

챌린지를 시작한 이유: ‘줄이는 연습’을 다시 배우다

물건 줄이기 30일 챌린지 기록
물건 줄이기 30일 챌린지 기록

물건이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가진 게 나를 지치게 한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분명히 좋아서 산 물건들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방과 마음을 동시에 무겁게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원인을 ‘물건의 총량’으로 단정 짓기보다,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상태라고 이해했다.

그래서 30일 동안 하루에 단 하나라도 버리거나 기부하거나 재배치하는 “물건 줄이기 30일 챌린지”를 시작했다. 거창한 미니멀리즘을 꿈꾼 건 아니었다. 다만, ‘쌓아두는 습관’ 대신 ‘내가 지금 쓰는 물건’을 중심으로 하루를 다시 정리해보고 싶었다.

챌린지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한 건 “절대 다 버릴 필요는 없다”는 규칙 만들기였다. 이건 나 스스로에게 준 작은 안전장치였다. 버릴 것들만 찾으면 줄이는 과정은 어느 순간 스트레스가 된다. 대신 그날그날 내 삶에서 ‘효용이 줄어든 것’을 찾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뜻밖이지만, 처음 며칠은 꽤 쉽다. 보이기만 하면 필요 없는 물건이 떠오르고, 가볍게 치워지기 때문이다. 진짜 어려움은 7일 이후부터였다. 방은 좀 달라졌는데, 남은 물건들은 이미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가 이 기록의 진짜 시작이었다.

챌린지 30일의 리듬: 매일 버리기보다 ‘이해하기’가 중요했다

● 1~7일: 눈에 보이는 가벼운 군살 덜어내기

첫 주는 주로 명백히 필요 없는 것들이 대상이었다.
사용기한 지난 화장품, 충전기 잃어버린 액세서리, 언젠가 읽겠다고 쌓아둔 무료 잡지들.

그중 가장 뜻밖의 성공 경험은 문서류 정리였다. 이미 오래된 영수증과 종이 설명서가 생각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정리하고 나니 ‘빈 서랍’이라는 공간이 생겼다. 그 순간 작은 성취감이 찾아왔다. 매일 꾸준히 한 행동이 실제로 공간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 8~15일: ‘애매한 물건’의 정체성 찾기

2주차에 들어서자 물건들이 전부 애매해졌다.
버리긴 아깝고, 그렇다고 쓰는 것도 아닌 물건들—기념품, 충동구매한 소품, “언젠가 필요하겠지”라는 이유로 보관했던 것들.

이 구간에서 난 두 가지 기준을 만들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사용했는가

내가 이 물건을 다시 돈 주고 사겠는가

이 두 질문에 둘 중 하나라도 “아니요”라면 정리 대상이었다. 이 기준은 감정적 합리화를 막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옷장에서 일어났다.
옷은 ‘언젠가’ 입겠다는 말로 끝없이 남겨두기 쉬운 대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돌아오는 ‘언젠가’는 거의 없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선뜻 손이 갔다.

그렇게 나는 바지 4벌, 니트 3벌, 셔츠 2벌을 ‘재판매’ 목록에 올렸고, 괜히 마음이 편했다. 단순히 버린 게 아니라, 물건이 더 필요한 사람에게 넘어가게 했다는 감각이 좋았다.

 

● 16~23일: 감정형 물건과 마주한 시간

이 시기가 챌린지의 난이도 최상급이었다.
사진, 편지, 여행 기념품, 선물 같은 감정형 물건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시기를 무작정 버리기보다, ‘디지털화’와 ‘의식하기’라는 방법으로 넘어갔다.
예를 들어 너무 낡아서 사용하지는 않지만 추억이 담긴 편지들은 스캔해 디지털로 보관하고 실물은 손에서 놓았다. 여행에서 가져온 조그만 기념품들은 책상 한쪽에 ‘일주일 전시존’을 만들고 그 주에 가장 의미 있었던 한 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했다.

감정형 물건은 버리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과거의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었고, 그걸 깨닫고 나서부터 훨씬 수월해졌다.

 

● 24~30일: 줄이기에서 ‘정비하기’로 전환

마지막 주에 들어서자 비로소 내 방의 구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건 수는 줄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자주 쓰는 물건의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점이었다.

이때 나는 ‘버리기’보다 ‘배치하기’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자주 사용하는 필기구는 책상 한가운데에서 오른쪽 서랍 앞으로 이동했고, 스킨케어 제품은 욕실보다 침실에 두는 게 훨씬 움직임이 적다는 걸 깨달았다.

정리하면서 내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단 하나였다.
“내가 자주 쓰는 것들이 가장 편한 자리에 있는가?”

이 기준으로 동선을 다시 짜니, 줄어진 물건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나 자신이 더 크게 보였다. 그리고 이 경험은 30일 챌린지를 완성한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챌린지 이후의 변화: 공간보다 ‘나’를 가볍게 만든 30일

30일 동안 매일 한 개의 물건을 정리하는 챌린지는 거창해 보이지만, 해보면 생각보다 단순하다.
하지만 단순하다는 게 쉽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단순해서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

챌린지 이후 나는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느꼈다.

 

● 첫 번째, 결정 피로가 줄었다

정리된 공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적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물건을 찾는 시간이 줄어들고, 내가 가진 것들이 눈에 잘 들어오니 새로운 걸 사고 싶은 욕구도 줄었다.

 

● 두 번째, 물건을 바라보는 기준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좋아서 사고’,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패턴이었다면, 지금은
“사용할 수 있는가?”
“나와 생활 리듬이 맞는가?”
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이 변화 덕분에 충동구매가 거의 사라졌고, 내가 가진 물건이 전부 ‘쓰는 물건’이 되었다.

 

● 세 번째, 물건을 줄였더니 시간이 늘어났다

가장 놀라운 경험이었다.
물건이 줄어드니 정리 시간이 줄었고, 덕분에 하루에 15~20분의 여유 시간이 생겼다.
그 시간으로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해도 아깝지 않았다.

이 챌린지는 단순히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중심으로 물건을 조정해나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매우 천천하고 꾸준하며 소소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렇게 천천히 줄이고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더 가벼워졌다는 사실이다